경향신문 – 한강 노들섬 양권모 논설위원

“한강노들섬” 양권모 논설위원

서울 한강의 최중심부에 있는 노들섬은 신기(?)하게도 아직껏 개발의 미답지로 남아 있다. 건축학자 조한 홍익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의 공간적 욕심에 저항해온 자연과 역사의 시간이 노들섬에 축적되어 있는지 모른다. 잠실섬, 부리도, 저자도, 율도, 여의도, 선유도, 난지도 등 한강의 아름다운 섬들은 1968년 시작된 한강개발계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본래 섬의 형체를 깡그리 잃어버렸다. 노들섬도 본디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섬으로써 외양을 유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경우다.

조선시대에는 노들섬이 없었다. 현재 용산구 이촌동 쪽에서 노들섬까지 이어진 광대한 모래밭에 있는 작은 모래언덕에 불과했다. 1917년 일제가 철제 인도교를 놓으면서 다리 중간을 지나는 모래언덕에 흙을 돋우고 둑을 쌓아올린 뒤 이를 중지도(中之島)로 이름 붙였다. 1960년대까지 용산 쪽에서 중지도까지는 드넓은 모래밭이 펼쳐졌다. 한강 해수욕장으로 불린 서울의 대표 휴양지였다. 1956년 해공 신익희의 대선 유세가 펼쳐진 ‘한강 백사장’이 그곳이다. 당시 30만명이 운집할 정도로 광활한 백사장은 한강개발이 시작되고 나서 깨끗이 사라졌고, 한동안 사유지로 넘어간 중지도는 시민과 유리된 잊혀진 섬으로 남았다.

중지도에서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란 뜻의 참한 이름으로 바뀐 ‘노들섬’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새로 서울시장이 올 때마다 계속됐다. 1983년 유람선 선착장 설치, 1986년 관광호텔 건립, 1989년 공원 조성, 이명박 서울시장의 오페라하우스 건설, 오세훈 서울시장의 예술센터 조성 등이 제안·추진됐으나 여론 반대 등으로 모두 무산됐다. 박원순 현 시장은 그간 노들섬 사업을 보류하고 임시로 텃밭을 꾸려 시민들에게 제공해온 상태다.

12만㎡ 노들섬의 운명이 전혀 새로운 길에 맡겨졌다. 서울시가 논란 많은 노들섬의 용도, 시설·운영 계획을 시민 공모로 결정키로 했다고 한다. 노들섬의 미래를 시민의 꿈으로 그려보겠다는 뜻일 터이다. 거기에 기대어, 섬을 옥죄는 거대한 콘크리트 둔치 등이 없어지고 사라진 하얀 모래가 되돌아오는 한강의 마지막 섬 ‘노들섬’의 아름다운 부활을 꿈꿔본다.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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